물고기는 왜 비늘을 가졌을까?

아주 오랜 옛날 한 농사꾼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농사꾼 부부에게는 어린 딸이 하

나 있었다. 그 딸은 외모가 얼마나 출중했던지 동네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아름다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사꾼 부부는 어여쁜 딸을 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 했으며, 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며 애지중지 키웠다.

그래서, 자기 말이면 이 세상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 농사꾼의 딸은 자라면서 몹시 거만해졌고 버릇이 없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농사꾼의 딸은 강가에서 산책을 하게 되었다. 강가에서 그녀는 꽃을 따서 왕관을 만들어 쓰고는 자기가 마치 왕비라고 된 듯이 우쭐댔다.

그런데 갑자기 강둑의 돌 틈에서 푸른색을 띤 커다란 게 한마라기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 게는 강가의 모든 게들을 다스리는 ‘본노왁’이라는 대왕게였다.

“너는 누구냐?” 대왕게를 보고 놀란 농부의 딸이 소리쳤다. “나를 그냥 친구로 불러줘. 나는 본노왁이라고 해.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라고 대왕게가 소녀에게 말했다.

그러나 소녀는 눈이 튀어나오고 집게 같은 앞발을 가진 대왕게의 모습에 몹시 혐오감을 느끼고는 “웩! 네 꼴좀봐. 너는 내 친구가 아냐. 너같이 추하게 생긴 게 어떻게 내 친구가 될 수 있니? 저리 꺼져 버려, 이 추한 녀석아!”라고 대왕게에게 소리쳤다. 버릇없는 소녀의 말에 너무 화가 난 본노왁은 잽싸게 소녀의 옷에 달라붙어, 날카로운 집게발로 그녀의 목이건 얼굴이건 가리지 않고 마구 할퀴었다.

“이것은 네게 주는 교훈이다!” 본노왁은 소녀에게 말했다. 농부의 딸은 게가 할퀸 자국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자 강가로 가서 찬물에 얼굴을 담그었다.

그러나 상처는 더욱 부풀어 보기 흉한 상처로 남았다. 소녀는 너무 화가 나서 큰 돌을 집어 대왕게에게 던졌지만 날아오는 돌을 이리저리 잘도 피했다. 마치내 대왕게는 기다란 회초리를 하나 들어 소녀를 ‘찰싹’ 때리며 “지금부터 너는 강 속에서 살 것이다. 평생을 강 속에서 살면서 네가 남보다 얼마나 잘났는지 한번 보아라.”라고 말했다.

본노왁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농부의 딸은 물고기로 변해 강속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소녀가 대왕게로부터 얻은 상처는 비늘로 변하였다.

<이것이 필리핀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