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 많은 원숭이와 악어

먼 옛날 서부 루손의 어느 강가에 악어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수놈악어의 이름은 ‘부왁’이었고 암놈의 이름은 ‘부웨이’였다. 두 악어는 모두 몸집이 무척 컸으며 사납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편 악어부부가 사는 강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말락’이라는 원숭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그 원숭이는 악어 부부의 절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날, 암놈 악어 부웨이가 몹쓸 병에 걸리게 되었다. 부왁은 아내 악어를 병간호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으며, 악어 마을의 용하다는 의사는 모두 불러 아내 부웨이의 병을 고치려 하였으나 모두 허사였다. 의사들은 모두 부웨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원숭이의 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의사들에게 이 말을 들은 부왁은 곧 채비를 갖추고 원숭이의 간을 구하러 집을 나섰으며,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원숭이 말락이 큰 망고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말락아! 안녕? 너는 왜 강만 물끄러미 바라모면서 거기에 그냥 앉아 있는 거지?”라고 부왁은 원숭이 말락에게 물었다. “강을 건너고 싶은데 수영을 못 해서 그냥 강만 보고 있는 거지.”라고 말락이 대답했다.

부왁이 헤엄을 쳐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말락은 부왁의 등에 의젓하게 서서는 행복감에 젖어 어쩔 줄을 몰라했다. 강 중간에 다달았을 때 부왁은 갑자기 멈춰서서 말락에게 ‘아내 부웨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원숭이의 간이 필요하다’고 고백한 후 말락을 등에 태운 채 강 속으로 가라앉으려 했고, 수영을 못 하는 말락은 이러한 끔찍한 사실에 크게 놀랐으나 곧 좋은 꾀를 생각해 냈다.

“친구야! 방금 너는 네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나의 간이 필요하다고 그랬지. 그런데 이를 어쩌지? 간을 아까 있던 망고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왔으니 말야. 나의 간이 필요하면 너는 내가 처음에 앉아 있던 망고나무로 나를 데려다 줘야 해”라고 부왁에게 말했다.

말락의 이 말을 철썩같이 믿은 부왁은 말락을 등에 실은 채 처음에 말락을 만났던 망고나무로 되돌아갔다. 망고나무에 도착하자 말락은 잽싸게 부왁의 등에서 뛰어내려 망고나무 위로 올라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부왁아! 태워줘서 고마워. 사실 내 간은 내 몸 속에 있어. 그렇지만 너는 나의 절친한 친구니까 네가 이 나무 위로 올라올 수만 있다면 내 간을 네게 줄게.”

그러나 악어는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없었고 다른 원숭이의 간을 찾으러 길을 떠나야만 했다.

<이것이 필리핀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