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왕국에 왕과 왕비가 살고 있었다.
왕은 백성들을 잔학하고 거칠게 다스렸으며, 왕비는 성격이 고약해서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부유해서 그들의 궁전은 값비싼 가구로 가득 차 있었으며 창고는 진귀한 음식과 술 등으로 넘쳐났다.
왕과 왕비는 파티를 좋아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파티를 열었다. 물론 파티에 초대되는 사람들은 귀족이나 다른 왕국의 왕과 왕비였다.

어느날 왕과 왕비는 아침부터 궁전의 정원에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 파티를 열었다.
파티가 시작되고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과 왕이 잡담을 나누며 차려놓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허름하고 등이 굽은 거지 노파가 파티장에 나타나서 먹을 것을 구걸하였다.
불쌍한 거지 노파가 이 탁자 저 탁자를 옮겨 다니며 음식을 구걸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며 거지 노파를 쫓아냈다.

마침내 왕이 앉아 있는 탁자에 다가온 거지 노파는 “제발 자비를 베푸셔서 제게 먹을 것 좀 나누어 주세요. 저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습니다.” 하며 왕에게 음식을 구걸했다. 그러자 왕의 옆에 앉아 있던 왕비는 “저리 꺼져 버려. 이 파티는 고귀한 사람들을 위한 파티지 너 같은 거지를 위한 게 아니야.”라고 노파에게 고함쳤다.
왕비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목이 터져라 웃었으며 저마다 숟가락을 들어 불쌍한 노파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정머리없는 왕은 이렇게 소리쳤다.
“자 우리 시합을 합시다. 누구든지 저 거지의 머리를 숟가락으로 먼저 때리는 사람에게 내가 상을 주겠소.”
이 말에 사람들은 노파의 머리를 먼저 때리려고 아우성쳤고 거지 노파는 어쩔 쭐을 몰라했다. 아무도 그 노파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강렬한 빛이 내려와 그 거지 노파를 감싸 감쪽같이 없애버리고 잠시 후 하얀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그 여인의 눈에서는 강렬한 빛이 나와 그녀의 얼굴을 눈부시게 밝혀 주었다.
그 여인은 그곳에 있던 몸든 사람들의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너희 모두는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구나. 나는 너희 모두를 사람을 닮고 사람같이 행동하는 짐승으로 만들어 주겠다.”

여인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거지 노파를 때리기 위해 썼던 숟가락들이 공중을 날아 일제히 그들의 엉덩이에 달라붙고 그들은 모두 팔이 긴 털복숭이 짐승으로 변했다. 짐승으로 변한 그들은 말을 하려 하였지만 그들이 그들의 추한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모두 산 속에 숨어 살았는데, 그들이 바로 필리핀 원숭이의 조상이라고 필리핀 전설은 전한다.
<이것이 필리핀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