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파귀타는 필리핀의 국화이며 흔히 꽃의 여와 이라고 불리운다.
작고 하얀 별같이 생긴 삼파귀타는 향기가 매우 좋아서 결혼식이나, 축제, 혹은 각종 종교행사에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삼파귀타로 만든 꽃 화환을 소님에게 선사 함으로서 환영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삼파귀타에 얽힌 전설이 있다.
먼 옜날 어느 외딴 섬에 라하박식 이라는 부족장이 통치하던 부족마을이 있었다. 라하박식은 공평하고 현명하게 부족민들을 다스렸기 때문에 부족민들로 부터 큰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라하박식에게는 라캄비니라고 하는 어여쁜 외동딸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라하박식은 늘고 병들어 죽게 되었으며, 부족의 전통에 따라 그의 외동딸인 라캄비니가 대를 이어 부족장이 되었다. 그러나 라캄비니는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였다.
라하박식의 죽음을 전해들은 이웃 마을과, 이웃 섬들의 부족장들이 라하박식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그러나 장례식에 참석한 부족장들 중 몇 명은 진심으로 라하박식의 죽음을 애석해 했지만, 나머지는 라하박식의 마을을 염탐하기 위해 방문 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라하박식의 부족 마을은 작았지만 그의 현명한 통치 덕분으로 매우 풍요로웠기 때문이다.
한편 라하박식과 평소에 친분이 두터웠던 이웃마을 부족장들 중에는 라칸갈링 이라는 젊고 용맹한 부족장이 있었는데, 그는 라캄비니를 사랑했고 위험에 처한 라캄비니를 진심으로 걱정 했다.
어느날 라칸갈링은 분독과 다갓 이라는 이웃마을의 부족장이 라캄비니의 마을을 공격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라캄비니에게 알려 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라캄비니는 두려움에 떨었으며, 할 수 없이 라칸갈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 후 실제로 분독과 다갓이 이끄는 전사들이 배를 타고 라캄비니의 마을에 쳐들어 왔지만 용맹한 라칸갈링과 그의 전사들에 의해 크게 패한 뒤 후퇴를 하였다. 라칸갈링이 적들을 물리친 그날 밤 라캄비니의 마을에서는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성대한 파티가 열렸으며, 라캄비니는 라칸갈링의 청혼을 수락하였다.
그 다음날 부터 라칸갈링은 적들이 다시 침략해 올 것을 예상하고 몇 날 며칠 동안 마을의 해변을 지켰지만 적들은 쳐들어 오지 않았다.
적들을 기다리다 초조해진 라칸갈링은 적들이 쳐들어 오기 전에 먼저 적들을 공격 하기로 결정하고 부하들에게 출전 명령을 내렸다.
출전에 앞서 라칸갈링은 라캄비니에게 숨파 키타(Sumoa Kita. 약속하오 라는 뜻)라는 말로 작별을 고했고 라캄비니 역시 같은 대답으로 서로의 약속을 다짐 하였다.
라캄비니에게 작별을 고한 라칸갈링은 적을 무찌르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라칸갈링이 떠난 후 라캄비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먼 수평성 까지 잘 볼 수 있는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 약혼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라캄비니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났고, 부족민들은 그녀의 시신을 그녀가 밤낮으로 바다로 떠난 약혼자를 기다리기 위해 올라 갔던 그 언덕에 묻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무덤 위에는 작고 하얀 향기로운 꽃이 피어났다. 후에 마을 사람들은 Sumpa Kita라는 말로서 서로의 약속을 확인한 라캄비니와 라칸갈링의 슬픈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이 꽃의 이름을 Sumpagita라고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