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기를 낳아...

옛날에 루손에 있는 한 왕국의 통치자는 충실한 시종이 있었다. 그 시종에게는 어떠한 물음에도 척척 대답하는 아름답고 똑똑한 마르셀라 라는 딸이 있었는데, 어느날 왕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자 심부름꾼에게 새 한 마리를 보내어 “이 한 마리의 새로 12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보라”고 명하였다.

이에 깊이 생각을 한 마르셀라는 수를 놓고 있던 바늘을 들어 보이며 “만약 왕께서 이 바늘로 12개의 수저를 만들어 주신다면 기꺼이 음식을 마려하지요”라고 답하여 왕에게 소문을 확인시켜 주었다.

왕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계획을 짜서 마르셀라를 시험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몹시 아프니 마르셀라는 황소의 젓을 가져올 것이며, 누구도 강에서 빨래나 목욕을 못하도록 명하노라”라고 심부름꾼을 시켰다.

현명한 마르셀라는 아버지와 함께 돼지를 잡아 그 피를 이불에 묻히고서는 강으로 가서 빨래를 했다.

이때 강을 지나던 왕이 “감히 왕의 명령을 어기느냐”라고 호통을 치자 마르셀라는 공손히 절을 하곤 “왕이시여, 지난 밤 저희 아버님이 아기를 낳아서 우리의 관습대로 피 묻은 이불을 빨고 있었습니다.”라고 아뢰었다. “니 아비가 아기를 낳았다고, 세상에 그런일이 어디 있느냐, 불가능한 일이로다” “그러하오나 황소에게서 우유를 얻는 불가능한 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너무나 지혜로운 마르셀라의 답에 감탄한 왕은 며느리로 맞을 것을 결심하고 몹시 흐뭇해하였다고 한다.

                                                                                                                        - "이것이 필리핀이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