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엔테 델 디아블로 돌둑

라구나 호수가에 위치한 리잘의 필라필라라는 마을에는 푸엔테 델 디아블로라는 돌둑이 있다.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이 돌둑은 악마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사벨이라는 착하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필라필라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와 성품에 반한 수많은 청년들이 이사벨의 집에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을 했다. 그러나 이사벨은 독신의 몸으로 신앙에만 전념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에 어느날 하루는 청혼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묘안을 생각해 내고는 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사벨은 로스뱌뇨스에 있는 시장과 라구나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하루밤만에 만드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했다. 이런 불가능한 조건에 아무리 이사벨을 사랑하는 청년들이라도 쉽게 도전하겠다고 나설 수 없었다. 구혼자들이 모두 맥없이 돌아가 이사벨이 내심 기뻐하고 있을 때 한 멋지고 기품있는 청년이 나타나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내가 내일까지 당신이 말한 다리를 지어 보이겠소”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이사벨은 그 청년의 그와 같은 자신있는 말에 그다지 편지 않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이른 새벽, 마을 사람들은 요란한 소리에 깨어나 밖을 내다보았다. 놀랍게도 수백 명의 악마들이 다리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이사벨도 이 광경을 보고는 너무도 당황스러고 두려워 교회로 달려가 악마들을 쫓아 달라고 기도하며 울었다.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는 악마이기에 울고 있는 이사벨의 모습을 보고는 수백명의 악마들과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사벨과 마을 사람들은 짓다 만 다리 대신에 돌들이 쌓인 제방을 바견하고는 “아! 저것이 악마들이 짓던 다리였구나” 했다고 한다.

                                                                - "이것이 필리핀이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