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보모

태양이 반짝이는 어느 화사한 아침 알링 메피야는 그녀의 작고 귀여운 집 창문을 열어 젖혔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 집안일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그녀는 문 뒤에 있는 낚시대와 바구니를 들고서 나섰다. 옆집에는 그녀의 친구 메아라트가 자고 있었다. “메아라트야! 낚시하러 같이 가지 않겠니?” 그러자 대답이 들려왔다. “낚시라고? 낚시하러 갈 시간이 어디 있니? 너도 생각해 보렴. 난 지금 망고나무 주위에 함정을 파느라고 정신이 없단다. 어제 밤에 누군가가 내 망고를 하나 훔쳐갔지 뭐니! 난 자러 가기 전에 항상 내 망고를 센단다 - 하루에 세 번씩 세지. 그런데 어제 망고가 35개 달려 있었는데 오늘 34개뿐이잖니. 다음에도 또 도둑이 내 망고를 훔치러 오면 그 때는 발에 가시가 박히고 엉덩이에는 멍이 시퍼렇게 들거야. 그러니 이렇게 바쁜데 낚시는 무슨 낚시야. 흠!” 그녀는 집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알링 메피야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내가 물고기를 많이 잡으면 나와 같이 점심을 먹자.” 그리고 그녀는 휘파람을 부며 강가로 내려갔다.

낚시할 곳을 물색한 뒤 그녀는 잠시 대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아이, 시원하기도 해라.” 그녀는 밀짚모자를 벗어 부채질을 하였다. 그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높은 대나무에서 은빛 물고기가 비오듯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이것들이 모두 나를 위한 것인가? 아, 고마워요 대나무.”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 작은 고기들을 긁어모았다. “이것을 낚시 밥으로 쓰면 되겠구나.”

그녀는 낚시를 드리우고 뒤로 누워 눈을감고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렸다. 강물은 “스윗쉬, 스윗쉬 .....”하며 흘러가고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갑자기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번쩍 떴다.

그녀 바로 앞에는 그녀가 이때까지 본 중에서 가장 큰 악어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 눈은 둥그렇고 번쩍였으며 그 꼬리는 쭉 뻗어서 강물 속에 잠길 만큼이나 길었다. 악어가 크 큰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알링 메피야는 거의 까무러칠 뻔 하였다. 악어는 수백 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거대한 동물에 질려 있었지만 알래 메피야는 그래도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안녕, 악어 아저씨.”

놀랍게도 그 악어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안녕” 악어는 목구멍에 돌이라도 가득 들어 있는 것 같은 거렁그렁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이렇게 멋진 부인이 무슨 일로 우리집 근처에,,,?”

“저... 점심에 먹을 물고기를 좀 잡기 위해서... 그리고 오늘은 워낙 날씨가 좋아서...”

“노래 부를 줄 알아요?” 하고 악어는 물었다. 말똥말똥한 눈이 그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악어가 갑자기 내던진 질문에 어리둥절했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그토록 무서운 악어가 질문을 할 때는 순순히 대답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대답하였다. “네, 노래를 부를줄 압니다.”

“좋아요.” 악어가 말하였다. “우리 아기에게 같이 갑시다. 그 애는 울음을 그치지 않아요. 내가 자장가를 불러주면 오히려 더 크게 운다니까요, 우리 타협을 합시다. 당신은 우리 애기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나는 그 대신 물고기를 잡아드리지요. 자 갑시다.”

알링 메피야는 악어를 따라 어두운 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굴 속에서 악을 쓰는 울음소리가 났다. 아기 악어였다. “자, 이제 그 아기는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안녕히!”

알링 메피야가 가장 먼저 한일은 아기 악어를 품고 젖은 진흙에서 끌어내어 마른 풀잎 위에 누이는 것이었다. “자,자, 이제 편안하지...” 그녀는 깨끗하고 건조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커다란 잎으로 아기 악어의 배를 쓰다듬어 주면서 노래를 불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자장가를 지어 불러 주었다.

자장 자장 악어야

따뜻한 포대기에 둘러싸여

눈을 뜰 때쯤이면

네가 먹을 맛있는 과자

그리고 나에게는 물고기가 있겠지

알링 메피야는 어미 악어가 떠나지 않고 다 지켜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어미 악어는 신중하였으므로 아기를 전혀 모르는 이에게 맡기고 훌쩍 떠나지는 않았다. 그녀가 아기 악어의 배를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주자 아기 악어가 울음을 멈추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어미 악어는 만족하여 살며시 떠나갔다.

어미 악어가 돌아왔을 때 아기 악어는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어미 악어는 늙은 알링 메피야의 바구니를 온갖 종류의 물고기로 가득 채워 주었다. 바구니엔 게, 새우, 뱀장어, 푸른 물고기, 은빛 물고기, 회색 , 핑크 반점이 있는 것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고마와요, 정말 고마워요.” 알링 메피야는 말하였다. “나 같은 나이 많은 여자에게는 이건 너무 많은 양이에요.”

“언제든지 다시 오세요.” 악어는 말하였다. 알링 메피야는 물고기로 가득찬 바구니를 들고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곧 이웃 친구들 불렀다. “메라아트! 메라아트! 어서 나와봐, 이것 좀 보라구!”

메라아트는 창문으로 내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그러나 알링 메피야의 물고기 바구니를 보자 그녀의 눈은 그야말로 툭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물고기를 잡았지?”

“어떤 악어가 내게 이걸 주었어” 그녀는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다. 그리곤 “점심을 같이 먹지 않을래? 나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

메라아트는 욕심꾸러기 늙은이였다. 그녀는 자기도 큰 물고기 바구니를 차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점심식사 초대에도 거절하고는 말하였다. “그 악어가 나에게도 틀림없이 물고기를 줄거야.” 그녀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큰, 뚜껑이 달린 둥근 바구니를 들고 강으로 나갔다.

대나무 숲에 이르러 그녀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 상체를 뒤로 젖히며 물었다. “대나무야, 너의 은빛 물고기들은 어디 있지?” 대나무는 그 가지를 조금 기울여 겁에 질린 도마뱀 하나만을 떨어뜨려 줄 뿐이었다. “흥!" 메아라트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가 강가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악어를 만났다. “어이, 어미 악어, 당신의 우는 아기는 어디 있지? 듣자 하니 당신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댓가로 물고기를 준다던데?”

악어는 그녀를 자기 동굴로 데리고 갔다. 아기 악어는 마침 깨어서 울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미 악어는 떠나지 않고 바위 뒤에 숨어서 메아라트가 자기 아기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퉁명한 늙은이 메아라트는 아기 악어를 잠자리에서 들어올려 소치렸다. “입 닥치고 그만 울어!” 그녀는 악어의 배를 온통 진흙으로 덮어 씌웠다. “자, 악어가 원래 진흙 투성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야.” 그리고는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울어라 아기 악어

춥고 젖은 진흙 속에서

실컷 울어라, 하루 종일

넌 커서 무용지물이 될거야

어미 악어는 이제 충분히 실상을 파악하였다. 그녀는 조용히 사라져갔다. 곧 악어는 메라아트의 바구니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제 갈 시간이 되었어요.” 메라아트는 어미 악어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당신의 아기는 아마 배가 고픈가 봐요.” 그녀는 아기 악어를 어미 악어에게 던져 주고는 잽싸게 바구니를 가로 채었다.

메라아트는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이웃 친구에게 물고기를 나눌 마음도 없이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었다. 그리곤 바구니를 열었다.

“으-아-아-악!” 털이 숭숭 달린 거미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에-에-엑!” 화가 잔뜩 난 게가 그녀를 물어뜯었다.

“우-와-아-악!” 갑자기 온갖 종류의 벌레, 뱀, 쥐들이 그 가엾은 여자를 덮어 씌우기 시작하였다.

메리아트는 창문으로 소리쳤다. “메피야! 좀 도와줘!”

알링 메피야는 달려와 문을 부수고 들어와 모든 벌레들은 쫓아 내었다. 그녀는 친구를 누이고 마실 것을 주었다. “같이 식사하자. 내가 아주 마있는 국을 만들어 줄게. 조금 있으면 정신이 돌아올 거야, 얼마나 놀랐겠니?”

“고마워, 메피야.” 메라아트가 부끄러워하며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내 정원의 망고를 같이 먹자, 굉장히 달아...”

<이것이 필리핀이다 중에서>